문희상의 희망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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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8-04-19 조회수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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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통신 129호 2018.4.19.]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한 한중일 3국의 숙명

(희망통신 1292018.4.19.)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한 한중일 3국의 숙명

이 원고는 2018418일 일본 도쿄(더 캐피톨 호텔 도큐)에서 개최된 한중일 3국 협력 국제포럼 기조연설문으로 발표된 원고입니다            

 

 

 

 

올해의 주제는 새로운 한중일 3국 관계를 위한 과거 10년 미래 10입니다.

8년 전 제주에서 열린 제3차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3국 협력 비전 2020?이 채택됐습니다.

?비전 2020?은 한중일 3국이 과거 10년간 협력의 성과를 평가하고, 동아시아 더 넓게는 세계의 평화, 안정, 번영에 기여하자는 공동의 인식을 담았습니다.

 

내후년이면 약속했던 2020년이 됩니다.

과연 그동안에 한중일 3국이 비전 2020에 전념해 왔는가?

그리고 새로운 비전 2030을 구상하고 있는가?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했다고 봅니다.

 

물론 존경하는 고무라 선생께서 외무대신으로 계실 때 눈부신 한중일 관계의 진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에 우리 3국은 과거사, 영유권 문제로, 협력보다는 대립, 미래보다는 과거에 얽매였습니다.

그 결과 서로에 대한 국민의식도 악화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입장에서 보면 한중관계는 주한미군의 사드 도입과 배치문제로 갈등을 빚었습니다.

한일관계는 위안부 합의를 놓고 껄끄러웠습니다.

 

사실 한중일 관계를 역사적으로 더 길게 보면 관계가 나빴던 시기보다 좋았던 때가 더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한자문화권으로서 발음은 달라도 대체로 공통의 의미로 의사소통이 가능합니다.

또한 유교문화의 동질감도 있습니다.

 

더구나 경제적으로 한중일 3국은 2016년 현재 세계 인구의 20.92%, GDP23.14%, 아시아 GDP70%를 차지합니다.

또한 세계 무역량의 18.38%, 세계항만 물류량의 30% 이상을 점하고 있습니다.

 

2015?파이낸셜 타임즈?는 세계 500대 기업 중 76개 사가 한중일의 기업이고, 연간 4,121억 달러 순이익, 4.7조 달러시장 가치 보유, 840만 명의 고용 창출을 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한중일이 단일경제권을 이루면 세 나라가 영국을 포함한 28개 회원국을 지닌 EU에 비해 인구는 3, GDP11,517억불 더 많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한중일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한중일 3국은 이러한 역사와 문화의 유사성, 그리고 경제력과 상호의존의 증대에도 불구하고, 안보 협력이 이뤄지지 못하는 아시아 패러독스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그 현상의 원인을 단순히 과거사와 영유권 문제로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것은 한중일의 근대국가 형성과정과 시기가 달랐고 산업화 방법도 달라서 상호불신이 크기 때문으로 봅니다.

 

중국은 인류역사상 2,500년간 세계의 중심축에 있었습니다.

여러분들도 아시겠지만 언제나 대국이었습니다.

지금은 세계 최대의 사회주의 국가인 동시에 미국과 함께 세계 경제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세 나라 중 가장 빨리 자력으로 근대국가 건설에 성공하면서 역시 대국으로 부상했습니다.

한때는 세계 2대 경제대국의 지위를 누리기도 했습니다.

누가 뭐래도 일본은 동아시아의 선진국입니다.

 

대한민국은 세계 유일의 냉전지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었습니다.

세계에서 원조 받는 나라에서 원조 주는 나라로 성장한 유일한 국가입니다.

최근에는 연인원 1,700만 명이 피 한 방울, 쓰레기 한 톨 흘리지 않은 촛불 혁명으로 정권교체를 이뤘습니다.

 

이처럼 세계 최대의 사회주의국 중국, 아시아 최고의 선진국 일본, 그 사이에 세계 유일의 분단국 대한민국이 있는 것입니다.

 

한중일 3국은 불행했던 과거와 사회주의 대 자본주의의 냉전적 대결이 첨예했습니다.

또한 6.25 전쟁의 상처가 아직 가시지 않아 그동안의 발전이 상호불신의 벽을 넘지 못하는 형국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EU통합과정에 한중일 3국 신뢰형성의 해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선 누군가가 나서야 합니다.

유럽에서는 독일과 프랑스가 leading state 역할을 했습니다.

물론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즉, 베네룩스(Benelux) 3국의 역할도 컸지만, 독일과 프랑스의 역할이 핵심적이었습니다.

 

여러분들도 잘 아시다시피 독일과 프랑스는 유럽의 앙숙이었습니다.

 

그러나 19631월 샤르 드골 프랑스 대통령과 콘라드 아데나워 독일 총리가 ?엘리제 조약?을 체결하면서 수백 년간의 대립관계를 끝내고, 양국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꿨습니다.

그 핵심에는 독일의 과거사에 대한 사죄, 반성과 프랑스의 화해와 용서가 있었습니다.

또한 조약에 따라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쌓기 위해 만났습니다.

2회 정상회담, 4회 국방장관회담 등 각종 회담을 정례화하고 청소년 교류도 적극 추진한 결과였습니다.

 

독일과 프랑스의 ?엘리제 조약?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세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과거사에 대한 사죄와 용서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비전 2020에도 대체로 ?엘리제 조약?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사에 대한 사죄와 반성은 결여되어 있습니다.

비전 2020 전문에는 역사를 직시하고 미래를 지향하는 정신으로 가야 한다는 문구가 있을 뿐입니다.

사죄와 반성, 그리고 용서의 계기가 없는 것입니다.

 

한중일 3국이 과거에 집착해서 미래로 못나가는 것도 문제지만, 미래로 가자고 과거사를 덮는 것은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한중일 3국의 신뢰회복은 인류보편적인 가치회복에서 시작될 수 있을 것입니다.

과거의 부끄러운 역사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실천을 통해 신뢰 회복의 길을 걸어야 합니다.

또한 과거에 급급해서 양국의 미래 지향적 공동발전을 소홀히 해선 안 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위안부 피해자분들이 납득할 수 있는 명예와 존엄의 완전한 회복이 없는 그 어떠한 합의도 이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이 될 수 없습니다.

피해자분들께서 겪었을 고통과 모진 세월을 생각한다면, 그 분들의 마음의 깊은 상처가 치유되고, 명예와 존엄이 회복될 수 있도록, 양국 정부가 함께 노력해 나가는 것이 시대적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노력은 한일 양국이 과거의 어려웠던 시기를 극복하고, 서로에 대한 신뢰를 더욱 튼튼하게 하는 토대가 될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잊고 있지만 20년 전 1998108일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는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른바 김대중·오부치 선언입니다.

오부치 총리는 공동선언에 통절한 반성마음으로부터의 사죄라는 문구를 넣었고, 김 대통령은 오부치 총리의 역사인식 표명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높게 평가했습니다.

 

한일 양국은 과거의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화해와 선린우호협력에 입각한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서로 노력하기로 한 것입니다.

그 정신을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20주년 기념을 계기로 한일관계가 성숙한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길 기대합니다.

 

둘째는 냉전의 유산을 청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EU에서 독일이 리딩 스테이트의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냉전의 유산인 동서 분단을 넘어 통일되었기 때문입니다.

 

탈냉전의 세계에서 한반도는 냉전의 유산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한중일 3국은 한반도의 탈냉전을 위한 역사적 책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를 풀지 않고 제대로 된 3국 협력은 이뤄지기 힘들 것입니다.

한중간에도 일부 이견이 존재해온 것도 사실입니다.

 

다행히도 최근 급속한 냉전의 해빙무드가 한반도에 찾아왔습니다.

이러한 시기에 한중은 갈등하기보다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긴밀한 협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4월말 남북 정상회담 이후 5월에 한중일 정상회의와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북일 정상회담도 개최되어야 합니다.

또한 북미 대화의 안정적 진행을 위해서는 6자회담이 재개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중국의 중재 역할의 복원과 일본의 적극적 협력이 필요합니다.

 

더 나아가 북핵문제 해결을 지속적으로 담보하기 위해서는 한반도 비핵지대화 협정을 성사시켜야 합니다.

그래야 한반도 비핵화 노력이 아시아 패러독스를 깨고, 동북아 공동안보를 향한 길이 열리게 될 것입니다.

 

셋째, 리딩 스테이트 국가 정치지도자의 역할입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냉전 청산을 위한 노력이 성공하려면 한중일 3국 정치지도자들의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독일과 프랑스 간에 체결된 ?엘리제 조약?의 정신이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이후에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과 헬무트 콜 독일 총리 등으로 그 정신이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유럽도 하는데 우리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정치지도자들이 한중일 3국의 협력을 위한 신뢰를 계속 쌓고, 이어갈 수 있도록 여기 계신 한 분 한 분이 각국에서 깨어있는 국민의 역할을 해 주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놀드 토인비는 역사는 전부 서진한다고 했습니다.

실제 역사는 팍스 로마나에서 팍스 브리타니카 그리고 팍스 아메리카나에서 팍스 퍼시피카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21세기는 팍스 퍼시피카 시대입니다.

아시아 국가들이 각자 도생이 아닌 팍스 아시아나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동아시아 공동체를 이뤄나갈 리딩 스테이트로서의 한중일 3국의 협력과 인식 공유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로마가 1000년 넘게 제국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개방성, 포용과 관용의 정신이라고 합니다.

그런 정신을 담은 잘 담은 것이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같지는 않아도 한중일의 비전 2020의 실현이라는 더 큰 목표를 위해서 뭉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회는 이미 우리에게 왔습니다.

지난 2월과 3월에 걸쳐 평창 동계올림픽이 있었고, 2년후 인 2020년에는 도쿄 하계올림픽 그리고 또 2년 후에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립니다.

 

역사상 유례없이 6년간 아시아라는 한 지역에서, 그것도 한중일 3국에서 열리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세계의 이목은 한중일 3국에 집중될 것입니다.

평창에서 시작된 평화 올림픽이 도쿄, 베이징으로 이어져, 동북아의 평화가 정착되기를 기원합니다.

 

이것은 세기적인 기회입니다.

이 소중한 기회를 살려야 합니다.

한중일 3국의 정치지도자뿐 아니라 각국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역사적 책임감 갖고, 비전 2020에 담겨 있는 동아시아, 더 넓게는 세계 평화와 안정적 번영에 기여하자는 인식을 함께하자는 것을 실천해야 합니다.

한중일 3국은 비전 2020을 실현할 충분한 능력과 역량을 갖추고, 새로운 비전 2030을 구상해 나가야 합니다.

3국이 함께 할 때 세계는 달라질 것입니다.

 

21세기는 동행의 세기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더불어 가는 국제사회의 시대입니다.

그런 시대의 개막을 위해 한중일 3국은 전력투구해야 합니다.

그것이 사회주의 중국, 선진국 일본, 그리고 분단국 한국이 함께 해야 할 수밖에 없는 숙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지정학적 위치로 이사 가려야 갈 수 없는 이웃이기 때문입니다.

 

한중일 협력사무국이 3국 협력을 구상하고 책임지는 기관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희망합니다.

오늘의 회의를 통해 한중일 3국 협력과 번영을 가속화하는 좋은 논의들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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