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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2-02-13 조회수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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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통신 50호] 내인생의 길잡이_국회 도서관보 2009 2월호 - 초대석 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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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길잡이”


지금까지 60여 년의 삶을 살았고, 그 중 30년의 정치인생을 살았다. 「국회도서관보」로부터 원고 청탁을 받은 후 새삼 그간의 인생을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었다. 원고 청탁의 내용은 인생에 큰 영향을 준 인물, 책, 명언 등에 대해 ‘내 인생의 길잡이’라는 짧은 글을 하나 써달라는 것이었다. 돌아보면 순간순간마다 나에게 영향을 준 일과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 중에서 으뜸은 아버지다.


철이 들기 전까지 아버지는 나의 전부였고, 나는 아버지의 전부였던 것 같다. 내 인생의 방향을 정하는 기준이 되어 주셨다. 제14대 국회의원 선거 유세 때 아버지는 유세장 곳곳을 돌며 ‘내 아들 사람 한번 만들어 달라’며 아들인 나의 당선을 기원했다. 그리고, 첫 국회의원 당선되던 날, 아버지는 동네를 전부 돌며 인사를 하신 후 거짓말처럼 돌아가셨다. 아직도 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철이 들고, 정치를 하면서 이제는 내 인생의 전부를 걸 수 있는 인물을 만났다. 김대중 전대통령이다. 그 분이 말씀하시는 민주주의와 자유, 한국의 미래는 정치인의 길을 걷는 나에게 아주 중요한 교본이 되었다. 정치를 해야 하는 이유가 그 안에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주저앉아 낙담하고 있을 때는 큰 꾸짖음과 격려로 깨닫게 해주었고, 다시 길을 나설 수 있게 해주었다. 해답을 못 찾아 고민하고 있을 때는 지혜로 이끌어 주셨다. 김대중 전대통령이 드디어 대통령에 당선되던 역사적인 날, 나는 ‘이제 나의 인생은 덤’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낳아주고 길러주신 아버지는 돌아가셨지만, 정치인의 길에서 김대중 전대통령은 나의 아버지였다. 


두 분이 내 인생의 길잡이가 되어준 인물이었다면, 길잡이라 할 수 있는 책은 단연 ‘논어’다. 나의 집안은 지금까지 할아버지, 아들, 손자 3대가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테면 가업(家業)이 책방인 셈이다. 그 때문인지 나는 동서양의 고전을 또래들보다 일찍 접했고, 독서에 심취해 있었다. 지금까지 읽은 책의 절반 이상을 그 시기에 처음 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논어를 처음 읽은 것도 중학교 때의 일이다. 읽고 또 읽고, 반복하다가 지금까지도 종종 펼쳐보는 말 그대로 애독서 중 하나다. 고전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전만의 변함없는 진리와 가르침이 있다. 특히, 정치인의 길에 있는 나에게 ‘논어’에 나온 두 가지 가르침은 내 삶의 원칙과 내가 추구하는 정치를 그대로 말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無信不立(무신불립)과 和而不同(화이부동)이다.


子貢問政 子曰, “足食, 足兵, 民信之矣.” 子貢曰, “必不得已而去, 於斯三者, 何先?” 曰, “去兵.” 子貢曰, “必不得已而去, 於斯二者, 何先?” 曰, “去食 自古皆有死, 民無信不立.”


간단히 풀이하면, 공자의 제자 자공이 정치에 대해 묻자, 공자는 식량과 병사를 충분히 하고, 백성이 믿도록 하는 것이라고 답을 했다. 거꾸로 자공이 무엇을 먼저 버려야 하는지를 묻자, 먼저 병사를 버리고, 다음으로 식량을 버리라 하였다. 백성이 믿지 않으면 나라가 존립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君子 和而不同, 小人 同而不和


이 말을 풀이하면, 군자는 각자의 의견이 다르면서도 화합을 이루지만, 소인은 쉽게 동화되면서도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화합을 이루지 못한다는 말이다.


공자는 ‘논어’의 ‘안연편’, ‘자로편’에서 ‘무신불립’과 ‘화이부동’이라는 정치의 핵심을 남겼다. 경제와 안보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라는 것이다. 모든 것을 다 버려도 믿음을 버려서는 안 되고, 믿음을 잃게 되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말이다. 또한, 갈등을 조정해야 하는 정치의 존재 이유와 화합에 힘써야 하는 정치인의 자세에 대해 정곡을 찌르고 있다.


지금까지도 나는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만들어 내는 모든 관계 속에서 무신불립은 깊이 새겨야 할 중요한 원칙이라는 확신이 있다. 또한, 정치인으로서 화이부동의 자세는 백번천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이 두가지의 가름침이 내 인생의 길잡이 역할을 해왔다. 


인생은 끊임없는 선택과 결단의 연속이라고들 한다. 수많은 상황에서 어떤 원칙을 적용하느냐가 선택과 결단의 결과에 영향을 주게 된다. 때문에 한 가지의 변함없는 원칙을 세워 놓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명확한 원칙이 정해져 있다면 선택과 결단이 의외로 쉬워질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30년 정치인의 삶을 살아온 나에게 수없이 많은 선택과 결단의 순간이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선택과 결단의 고민 속에서 살아갈지도 모른다. 다만, 지금까지와 같이 확고한 원칙이 있기에 비록 대가를 치르게 될 지라도 선택과 결단의 어려움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국회 도서관보 2009. 2월호 - 초대석 기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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