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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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2-02-13 조회수 1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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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의 희망통신44호] 논어 속의 가르침, 無信不立
[논어] 속의 가르침, 無信不立

인생은 끊임없는 선택과 결단의 연속이라고들 한다. 수많은 상황에서 어떤 원칙을 적용하느냐가 선택과 결단의 결과에 영향을 주게 된다. 때문에 한 가지의 변함없는 원칙을 세워 놓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명확한 원칙이 정해져 있다면 선택과 결단이 의외로 쉬워질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나의 집안은 지금까지 할아버지, 아들, 손자 3대가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테면 가업(家業)이 책방인 셈이다. 그 때문인지 나는 동서양의 고전을 또래들보다 일찍 접했고, 독서에 심취해 있었다. 지금까지 읽은 책의 절반 이상을 그 시기에 처음 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논어를 처음 읽은 것도 중학교 때의 일이다. 읽고 또 읽고, 반복하다가 지금까지도 종종 펼쳐보는 말 그대로 애독서 중 하나다. 고전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전만의 변함없는 진리와 가르침이 있다.

애독서를 소개해달라는 원고 청탁을 받고 주저 없이 ‘논어’를 선택했다. 그 중에서도 ‘안연편’의 ‘무신불립’이라는 말을 소개하고 싶었다.

  [子貢問政 子曰, 足食 足兵 民信之矣. 子貢曰, 必不得已而去 於斯三者何先? 曰, 去兵. 子貢曰, 必不得已而去 於斯二者何先? 曰, 去食 自古皆有死 民無信不立.]

간단히 풀이하면, 공자의 제자 자공이 정치에 대해 묻자, 공자는 식량과 병사를 충분히 하여 백성이 믿도록 하는 것이라고 답을 했다. 거꾸로 자공이 무엇을 먼저 버려야 하는지를 묻자, 먼저 병사를 버리고, 다음으로 식량을 버리라 하였다. 백성이 믿지 않으면 나라가 존립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공자는 논어의 안연편에서 무신불립이라는 정치의 핵심을 남겼다. 경제와 안보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라는 것이다. 모든 것을 다 버려도 믿음을 버려서는 안되고, 믿음을 잃게 되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말이다.

최근 언론지상에서나 방송매체에서나 신뢰의 위기라는 말이 상당히 자주 등장하고 있다. 9.11 이후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미국발 금융악재의 본질도 신뢰의 위기라고 말할 수 있고, 혼란을 거듭하고 있는 남북관계도 결국 신뢰의 위기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새로 출범한지 1년도 안 된 정부와 국민간 신뢰의 위기가 고조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만들어 내는 모든 관계속에서 무신불립은 깊이 새겨야 할 중요한 원칙이라는 확신이 있다. 더욱이 정치인과 지도자에게는 뼈에 각인시켜도 모자랄 가르침이 아닐 수 없다.

정치인의 삶을 살아온 나에게도 수없이 많은 선택과 결단의 순간이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선택과 결단의 고민 속에서 살아갈지도 모른다. 다만, 지금까지와 같이 확고한 원칙이 있기에 비록 대가를 치르게 될 지라도 선택과 결단의 어려움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논어라는 고전이 신간들처럼 신선함은 없겠지만, 음미할 수 있고 사색할 수 있는 독서의 참맛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베스트셀러가 한 시기의 키워드라면, 고전은 역사와 인생의 키워드가 아닐까 생각한다.  (세계일보 2008. 9. 20 ‘나의 애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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