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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2-02-13 조회수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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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희망통신17호] 재숙아 미안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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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숙아 미안하구나!

매일 오고가는 동부간선도로의 잿빛 하늘이 오늘따라 가슴을 더욱 무겁게 하는구나. 유난히 낮게 내려앉은 하늘을 보며 거친 한숨을 내뱉어 본다.

얼마 전 너의 큰 딸 슬기가 가야금 연주 음반을 냈더구나. 그 기사를 보며 얼마나 기특하고 대견하던지... 엄마인 문교수를 닮아서, 참 바르고 열정적으로 자신의 일에 매진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하기까지 했다.

기쁜 소식은 그뿐이 아니었다. 지난 3월 13일이었지. 중학교때부터 손끝이 갈라지고, 피가 터져가며 연습하던 너의 가야금 사랑이 결실을 맺던 날이었다. 무형문화재 인정수여식에 온 가족이 내려가 축하와 기쁨을 나누었었지. 일정이 겹친 탓에 참석은 못했지만, 그 소식만으로도 60이 넘어 할아버지가 된 내 눈에 눈물이 흐르고 말았단다.

어느 인터뷰에서 “중학생이던 저에게 오빠가 이끌어 알게 된 가야금이 내 삶의 좌표가 되어주었고, 내 삶의 모든 것이 되었다”고 말하던 문교수를 보면서, 우리 집안의 장남으로서, 문교수에겐 오빠로서 내가 헛되이 살지는 않았다는 작은 보람에 기쁨의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단다. 오빠는 네가 너무나 자랑스럽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호사다마였을까? 기쁜 기사는 이어지지 않더구나. “문재숙 교수의 무형문화재 인정에 여권실세인 친오빠가 개입한 의혹이 있다”는 한 정치인의 터무니없는 의혹제기와 언론보도... 그야말로 경악을 금치 못할 의혹제기였고, 이것이 정치를 하는 나로 인해 비롯되었다는 자책감에 문교수에게는 너무나 미안하다는 말밖에는 할 수가 없더구나.

재숙아... 내가 정치에 들어온 것이 잘못된 것이었을까? 입문과 동시에 수배생활과 빨갱이라는 누명을 뒤집어 쓰고 부모님과 형제자매는 물론 사랑하는 내 아들 딸들에게 무거운 짐을 지우더니, 이제는 정치인이라는 이유로 동생의 일평생에 큰 상처를 남기는구나. 이 가슴아픔을 어떻게 해야 되겠니...

야당시절은 물론이고, 정부에서 직책을 맡고 있으면서도 정치인이라는 나의 신분이 문교수나 다른 형제자매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을까 노심초사였다. 아마 문교수는 잘 알고 있을 거야. 가족모임에서나 어디에서나 우리가족에게 정치와 관련된 이야기는 금기시 되어 왔었지. 그런데도 불구하고, 오늘 나와 연결시킨 문교수의 기사를 보고 참담한 심정을 금치 못하고 있다.

어느 자리에서나, 누구에게나 “가야금을 하게된 결정적인 계기는 오빠”라고... 그래서 “오빠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말하던 문교수를 생각하면 지금의 나의 심정은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고, 훼손된 문교수의 명예를 찾아줄 수 있다면 정치인생을 기꺼이 그만두고 싶은 심정이다.

무릇 사람들은 그 사람의 현재 모습만을 보고 시기와 질시를 보내지만, 그 사람이 현재 모습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고되고 피나는 노력을 했는지는 보려 하지 않는다는 말이 무섭게 머리 속을 파고 들고 있다. 故김죽파 선생님의 수제자로서 그분의 임종을 지키고 돌아와 서럽게 울던 너의 모습에서 故김죽파 선생님에 대한 존경과 더불어 중학교 시절부터 모진 시련과 가혹한 연습량을 소화해내며 가야금과 함께했던 恨을 느낄 수 있었다.

문화예술인의 자부심과 자긍심은, 순수한 열정이 있어서 그 어느 분야에 못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내 동생 문교수가 어제 오늘 이 못난 오빠로 인해 그 순수한 자존심에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을까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져 말을 이을 수가 없을 정도구나....

문교수를 포함해 문화예술계의 모든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한민국의 무형문화재라는 자격이, 대한민국의 문화예술인이라는 지위가 이렇듯 정치권의 추한 수단으로 호락호락 욕되게 쓰여진 것에 대해 정말 죄송할 따름이고, 한 정치인의 무책임한 문제제기에 분노를 참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재숙아! 너무나... 너무나도 미안하다.
미안한 오빠의 부탁이라면, 상심을 거두고 더욱 당당하게, 누구보다도 자격이 충분한 내 동생 문교수의 평상시 모습처럼 생활해주길 바란다. 아마 문교수를 아는 모든 분들과 애제자들이 너를 알기에 믿고 지켜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미안하다 내 동생아.

2006년 4월 4일 못난 큰 오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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