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의 희망통신

이름 관리자 이메일 test@test.com
작성일 2012-02-13 조회수 1529
파일첨부
제목
[희망통신14호] 연정의 법칙
▲ 연정의 법칙

김삿갓에 관한 일화가 하나 있습니다.

어느 날 김삿갓이 강을 건너기 위해 처녀 뱃사공의 배를 탔습니다. 가다가 갑자기 뱃사공에게 ‘여보, 마누라’라고 불렀습니다. 깜짝 놀란 처녀 뱃사공이 ‘내가 왜 당신 마누라요?’ 물었더니, 김삿갓이 ‘당신 배에 탔으니 내 마누라지요’ 했습니다.
배가 건너편에 도착해 김삿갓이 배에서 내리는데 이번엔 처녀 뱃사공이 ‘잘가게 내 아들아’ 했습니다. 김삿갓이 ‘왜 내가 당신 아들이오?’ 물으니 처녀 뱃사공은 ‘내 배에서 나갔으니 내 아들이지요’ 하여 김삿갓이 껄껄 웃으며 갔다는 일화입니다.

동음이의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글의 경우 한자를 많이 빌려 쓰다보니 동음이의어가 특히 많습니다.

김삿갓과 관련된 일화 한 토막을 보면 동음이의어를 잘 이용하면 재치 있는 유머가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배’라는 단어가 갖는 의미를 재치 있게 받아친 처녀 뱃사공의 순발력이 돋보이는 일화지요. 오늘날 같으면 김삿갓이 성추행으로 곧장 잡혀 들어갔을 법한 농이겠지만...

말의 힘이란 참 대단합니다. 대단하기 때문에 잘 못쓰게 되면 상대방에게 큰 상처를 입히기도 하고, 잘 쓰게 되면 재치 있고, 능력 있는 사람으로 보이기도 하지요. 그 말의 힘으로 사는 곳이 정치권입니다. 정치력이란 말을 통해 자신의 신념과 의지를 전하고 설득하는 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말’이 논리적으로 사용되기 보다는, 상대를 공격하기 위해 자극적이고, 비아냥거리는 ‘말장난’이 난무하는 정치권이 되어가더군요. 말재주 없는 저로서는 조금 안타깝습니다.

‘연정(聯政)’이 정국의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관심을 보이는 사람도 있고, 애써 무시하는 분도 있습니다. 개중에 ‘연정(聯政)’을 자꾸 ‘연정(戀情)’으로 엮어 비아냥거리는 모습들은 썩 좋게 보이지 않습니다.

‘싫다는데 자꾸 치근덕거린다’ ‘연정(戀情)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 연정(聯政)을 하겠다는 것이냐’ ‘구애(求愛) 좀 그만해라’ ‘스토커냐’ ‘외로운 공주에 대한 소년 같은 동정’이라는 유치한 말들로 연정(聯政)제의 자체를 삼류로 전락시키려고 합니다. 하지만, 받아치는 그 반응이 삼류라는 건 깨닫지 못하는 듯 합니다.

연정(聯政)에 대한 제의는 국가의 대통령이 고민 끝에 던지고 집권여당의 당의장과 지도부가 동의한 토론해 볼 만한 ‘가치 있는 의제’입니다. 받아들이고 안 받아들이고를 떠나서 ‘말장난’으로 몰아가기에는 결코 가벼운 의제가 아닙니다.

하지만, 이렇게 연정(戀情)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그 기본적인 법칙도 모르는 것 같아, 제가 알고 있는 연정(戀情)의 법칙을 하나 소개해 볼까합니다.

잘 어울려 다니던 친구 셋이 있었는데, 하나는 남학생이고 둘은 A라는 여학생과 B라는 여학생이었습니다. 그 남학생은 A라는 여학생과 상당히 가깝게 지냈지요. 다른 친구들이 보기에 그 남학생이 A라는 여학생에게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얼마 못가 남학생은 A가 아닌 B라는 여학생과 사귀기 시작했습니다. 남학생이 목적에 둔 사람은 애초부터 B였다는 것이지요.

정말로 연정(戀情)을 품은 사람에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그와 가깝거나 영향력이 있는 사람과 친해져야 하는 것. 그것이 제가 알고 있는 연정의 법칙 중 하나입니다.

대연정을 얘기하니, ‘주류 영남권에 관심이 있다’ ‘권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한나라당을 선택했다’ ‘대통령 퇴임 후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심지어는 ‘야당의 대권주자를 관리하기 위해서다’ 등등 많은 착각과 오해들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착각할 수도 있고, 정략적으로 오해 하려는 것도 있겠지요.

한나라당에서는 ‘귀찮고, 싫다는데 왜 계속 치근덕 거리냐’고 말을 합니다. 착각이지요. 오해지요. 원래 그런 겁니다. 실제로 좋아하는 사람한테 가기위해서는 영향력 있는 사람한테 친한 척을 하는 것입니다. 결코 좋아서 그러는 것은 아닙니다.

대연정의 목적은 지역구도 극복입니다. 지역구도 극복을 통한 국민 대통합입니다. 대연정과 과거사 진상규명을 제의하는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줘야 합니다. 그 진정성에 손톱만큼의 의심도 품지 말아야 합니다.

광복 60년, 대전환점에 서있는 대한민국, 앞으로 지향하고 나아가야 할 길이 분명히 나와 있습니다. 그것은 ‘분열과 갈등의 구조를 극복해 국민통합의 힘으로 미래로의 전진’, ‘국민통합만이 선진한국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이라는 것입니다. 이 분명하고 확실한 메시지를 적어도 정치권에서는 들어줘야 합니다.

‘국민대통합’이 연정의 목적입니다. 명분과 신념에 찬 목적이기 때문에 이 제의는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접으라고 강요한다고 접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러한 궁극적이고 진정어린 목표를 위해, 지역구도 극복을 통한 국민대통합을 위해서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의했는데... 당사자를 포함해 참 많은 사람들이 착각을 하고 있습니다. 오해를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기본적인 연정의 법칙도 모르고 살았나 봅니다.


2005년 8월 22일

문희상.....
이전글 [희망통신15호]▲ 지혜로운 이의 삶 (홈페이지를 새로 열며)
다음글 [희망통신13호]국가정보기관에 대한 한 기자의 충고가 받아들여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