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의 희망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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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2-02-13 조회수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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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통신13호]국가정보기관에 대한 한 기자의 충고가 받아들여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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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기관에 대한 한 기자의 충고가 받아들여지길...

“YOU GO, WE GO” 오래된 어느 영화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소방관이 불구덩이로 떨어지기 직전의 동료 손을 붙잡고 한 말입니다. “네가 죽으면 우리도 같이 죽는다” 는 동료애를 보여준 장면이지요. 아직까지도 소름 돋던 그 감동이 머리 속에 남아있습니다.

그 소름 돋을 만큼 큰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현실에서 되살아났습니다. 얼마전, 軍에서 급류에 흽쓸린 동료전우를 구하다 여러장병들이 같이 목숨을 잃은 사고가 있었습니다. 정말정말 안타깝고 가슴 아픈 사고였습니다. 영결식장에서 유가족의 오열을 보며 눈물을 참느라 어금니를 힘껏 깨물었지요. 가슴 뜨거운 전우애에 대한 경외심과 죽음이라는 안타까운 현실에 목이 메었습니다.

끔찍한 군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는 와중에 일어난 사고였습니다. 안타깝지만, 그 사고는 우리 군이 아직은 건강하다라는 걸 입증해준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어디든 어두운 곳이 있으면 밝은 곳도 있는 법입니다. 어두운 곳은 금세 탄로가 나고 알려지지만 밝고 정상적인 부분은 그리 쉽게 알려지거나 인정받는 편은 아닙니다.

軍 뿐이 아니라, 소방관․경찰․자원봉사자 등 자신들의 일을 묵묵히 해내며, 사회의 작은 톱니바퀴를 부지런히 돌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분들이 국가와 사회를 지탱하는 힘입니다.

연일 국정원에 대해 언론에서 엄청난 양의 기사들이 쏟아집니다. 지금 도청정국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 국가의 정보기관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은 것입니다.

98년이지요. 처음 안기부 기획조정실장으로 임명되어 갔을 때, 청사 내부를 돌며 직원들과 인사를 마치고, 처음으로 지시한 것이 직원들과의 식사였습니다. 한명한명 얼굴도 익히고, 말단에 이르기까지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지 의견도 듣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과별로 기능직과 여직원까지 모두 나오게 하였습니다.

어느 날, 연배가 있어 보이는 기능직 직원이 식사가 끝날 무렵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하더군요.

“20년간 근무하면서 기조실장님과 얼굴 맞대고 밥먹어 본 건 처음입니다. 감사합니다”

아마, 운전을 했던 분으로 기억합니다. 자신의 일에 보람과 자부심을 갖고 살던 분이었습니다. 정년퇴직이 꿈인... 그분도 자신의 위치에서 20년간 묵묵히 일해오던 분이었습니다. 도청과는 아무런 관련없는 자리에서...

사회가 그렇습니다. 사건사고가 매일같이 터져도 그건 보이는 1%이고, 99%의 사람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나름대로의 역할에 충실하며 조용히 살아가는 것이지요. 그래서 언론이 보여주는 세상은 매우 중요합니다.

국정원은 기관의 특성상 잘못한 일은 낱낱이 국민에게 알려지지만, 잘 한일은 감춰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엄청난 국가경제의 손실을 가져올 수 있는 산업스파이를 잡아내도 그 공을 드러내 놓고 알릴 수가 없고, 오히려 감춰버리는 게 정보기관의 직원들입니다.

오늘 기자 한분이 칼럼을 썼습니다. 「“국정원 때리기” 지킬 건 지키자」라는 제목으로 ‘국정원을 대하는 일부의원과 언론의 태도가 우려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기자의 말처럼 한 국가의 정보기관에 대해 정치권이든 언론이든 무분별하게 다루지 않았으면 합니다.

기자들의 고통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특종에 대한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한 것인지도 익히 듣고 보아서 잘 알고 있지요. 하지만, 알권리 차원을 뛰어넘는 추측과 무분별한 익명제보 인용보도, 확인되지 않은 주장의 중계보도 등은 건강한 언론에 오히려 더 해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익명의 관계자, 전직직원의 입을 빌려 모든 것이 진실인 양 보도되는 일은 지양됐으면 합니다. 대한민국의 정보기관에 몸담았었다는 것을 망각한 사람들의 말들이, 우리나라의 정보기관에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지 한번 쯤 필터링 해주고 기사화 했으면 좋겠습니다. 흥미나 호기심거리로 전락시키기엔 국가의 정보기관이라는 주제는 너무 큰 것 아닌가요. 한 기자의 충고가 모두에게 받아들여지길 바랍니다.

국정원은 우리나라의 정보기관입니다. 수천명의 직원이 ‘X-파일’과 전혀 상관없는 자신들의 영역에서 오로지 국가의 이익을 위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보기관의 어떤 것이든 끄집어 내면 바로 다른 국가의 정보기관에게 유용한 정보가 되는 것입니다. 요즘 언론의 ‘국정원’ 관련 기사를 탐독하고 있는 곳은 아마 다른 국가의 정보기관일 것입니다. 정치권도 마찬가지입니다. 입만 열면 ‘안보’를 강조하던 사람들이 정보기관의 예산과 운영방식에 대해 송두리째 공개하려고 파헤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그 중요한 ‘안보’를 위해서라면 보호받아야할 것이 정보기관 아닌가 합니다. 언론에 올리기 위해 힘쓰지 말고 국회 정보위원회를 통해서 하는 것이 상식이겠지요.

세계는 무한 정보경쟁 시대입니다. ‘정보가 국력’이라는 김대중 전대통령님의 원훈이 실감나는 세상입니다. 새로운 세기에 국가 정보기관이 나아갈 방향을 정확히 읽어낸 것입니다. 이러한 시대에 정보기관 해체를 주장하는 분도 있습니다. 빈대잡자고 초가삼간 다 태우자는 것과 똑같은 말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여유가 필요하겠지요.

국정원 재직경력 때문에 글쓰기가 망설여졌습니다. 때문에 이 말을 덧붙입니다. 국가 정보기관의 불법과 잘못된 과거에 대한 진실은 반드시 규명되어야 합니다. 그 확신엔 틀림이 없음을 분명하고 확실하게 해두고 싶습니다. ‘가’와 ‘나’를 정확히 구분하자는 취지입니다.

2005년 8월 11일 밤
문 희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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